눈빛은 공간을 초월하고, 호흡은 시간을 멈추나니!

 fe350f61a99a4cbde2eea355cccc421a_1442460

 세상에는 무수한 무예가 있습니다. 각기 독특한 방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수련합니다. 강해지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무예는 단순히 '싸움 기술'을 익히는 방편이 아닙니다. 무예에는 격투기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수련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덧 마음의 장막이 걷히고 마침내 명경지수처럼 맑고 드높은 정신의 경지를 만나게 됩니다.

 무예는 본질적으로 평온과 침착성에서 우러나는 자신감을 쌓아 가는 수련의 과정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육체적 동작과 기술을 배울 뿐이지만, 수련이 진척될수록 자신감과 더불어 마음가짐과 언행의 변화가 생깁니다.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새로운 나를 만나고 일구고 가꾸는 과정이 곧 수련인 것입니다. 나를 이기고 다스리는 경지를 넘어설 때 비로소 수련의 참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순히 벽돌과 기와를 깨고 여러 사람을 상대해서 이기기 위한 단련은 오래 지나지 않아 한계에 봉착하게 됩니다.  수련 과정에는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잘못된 열정과 분노, 완력에 대한 오만과 과시욕  따위가 생겨나기 쉽습니다. 이처럼 허황된 감정을 경계하고 자신의 내부에 내재해 있는 힘과 지혜에 귀를 기울이면서 기법을 연마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오묘한 경지가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무예의 참뜻은 죽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살리고 지켜내는 데 있습니다. 싸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싸우지 않으려니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정정당당히 정면으로 극복하는 자세가 아름다울 것입니다. 그 때도 싸워야 할 진정한 상대는 적이 아닙니다. 환경의 악조건도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싸움은 자기 내면 깊숙이 뿌리내린 이기심과 욕망, 공포와 비굴함을 이겨내는 것입니다. 상대를 처치하려는 강박과 불안에서 벗어나 상대도 그저 자연의 일부로 보고 그 자연에 몸을 맡기면서 저절로 자연이 되는 경지에 이르면 적은 이미 온데 간데 없습니다. 무예공부가 깊은 사람의 기품은 물 깊은 호수처럼 고요합니다. 뼈와 근육은 강건하고, 편견없는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눈으로 기운을 맛보고, 나와 우리 모두를 함께 생각하며 우주와 하나가 되는 경지. 그 시작은 양명한 마음입니다. 밝고 맑게 생각하며 무예수련 자체를 즐기다 보면 조금씩 더해지는 무공이 몸과 마음에 쌓여 밝음과 어두움을 보는 분별이 생기고 마침내 올바르고 치우치지 않는 큰 도를 행할 수 있게 됩니다. 기법을 연마하는 만큼 호흡을 수련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연마한 동작을 호흡과 일치시켜 마음의 움직임으로 나아갈 때 자신과 적의 경계가 사라지고 자신의 존재마저도 잊어버리는 몰아의 경지에 들게 됩니다. 

 
"눈빛 머무는 곳에 마음이 있고 마음 가는 곳에 몸이 따른다."
"나아가고 물러남에 기운이 일고 들어오고 비켜나니 순간을 잊는다."
"눈빛은 공간을 초월하고 호흡은 시간을 멈춘다."   
  fe350f61a99a4cbde2eea355cccc421a_1442460


 알았으면 알려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도반입니다. 가르침은 동시에 배우는 방편입니다. 가르침을 통해 배우는 것은 먼저 깨달은 자의 지극히 당연한 의무입니다. 수련 도장은 적을 물리치는 기법을 익히는 연습장이기보다, 동료와 더불어 자연에 합일해 가는 장소일 것입니다. 좀더 근원적으로 나를 알고 상대를 알아서 우리 모두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장소일 것입니다. 처음에는 누군가를 통해서 기법을 배웁니다. 그러나 그 기법의 원리와 비결을 터득하고 온전히 자기 것으로 녹이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입니다. 수련자 스스로가 넓고 긴 안목으로 기법을 숙달하고 영감을 키워 나가야 합니다. 참 지식은 체험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말이나 글로는 진짜 감각을 알 수 없습니다. 참 맛을 알려면 스스로 느껴야 하는 것입니다. 무릇 녹은 쇠로부터 나오되 끝내는 쇠를 먹어 버립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닦는 것이 바로 무예의 마음 공부 입니다. 녹을 닦아 내는 자세로, 뜻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굳건히 정진하는 사람에게 선정(禪定)의 경지가 열릴 것입니다.

 

심무도 무림도원장 雲虛 李用元

  • 모바일버전
  • -->